1.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받아들이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우선 어떤 일을 하다가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본인선택제로 입소날짜를 결정한 후, 휴학계를 내고 남은기간을 아르바이트로 불태우다가 논산 훈련소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근시로 인한 4급 판정입니다.
2. 부모님은 공익이 되신 것에 대해서 뭐라 안 하셨나요? 여자친구나 친척분들 친구 등등
친가, 외가를 합쳐 자녀들의 연령이 대부분 비슷한데다가 전역한지 얼마 안된 친지들이 수두룩 한지라(이때까지 나이또래에 공익/면제가 없었습니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아 이건 뭔가 잘못된거야 난 재검을 받아야겠어”라는 생각에 안과를 갔었습니다..(내가 미쳤지..) 그런데 오히려 의사가 라식/라섹으론 수술해도 안경은 쓰고 다녀야 한다며...(의사선생님 멀리보시네요..) 그냥 공익 갔다와서 렌즈삽입술을 권하더군요. 여튼 이후로 집안에 면제가 2명씩이나 나와줘서 별 부담없이 공익에 입갤했습니다. 허나 처음부터 부모님이나 주변의 반대같은건 없었습니다. 저 역시 뭔가 도망칠 구실을 찾은걸지도 모르고. 여자친구는 항상 모니터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3. 친구 중에 면제나 공익의 비율이 어떻게 되시나요?
가끔씩 모이는 친구들이 있는데 모두 공익입니다.(끼리끼리 노는건가..) 공익에 대한 편견이나 부담감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학교 친구들은 학교 특성상 의경/의무병 쪽으로 많이 빠지는걸 보고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았습니다.
4. 지하철에 계신데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지하철 공익이란게 크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역 근무/기동대/사무직 이 중 저는 ‘역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된 업무는 승강장 순찰, 게이트 안내, 역사 관리가 있으며 승강장 순찰은 말 그대로 승강장 내에 지하철 본래 목적이 아닌 불순한 목적을 갖고계신분(ex.자살, 잡상인)외에 취객에 의한 불상사등을 막으며 손님들 길 안내를 위한 일입니다.(말이 순찰이지 300보 될까말까한 거리를 멍때리거나 사람구경하며 무작정 걷습니다.) 외에 게이트 근무는 부정승차 승객을 단속하거나 안내하는 일이며 역사 관리는 지하철 운행이 끝난 뒤 출입구를 닫거나 눈이 쌓이면 치우는 일입니다.
5.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성격이 맞지 않아도 같이 지내는 한 내색하지 않고 생활하기 때문에 원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랄까 요즘은 서로 취미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서 근무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젊은 분들은 융통성이 있는 반면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군대라는 개념을 갖고 계셔서 오히려 군대놀이의 근본이 되기도 합니다.
6.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나 어이없던 일이 있으면 한가지 소개해 주세요.
지하철이 입갤하면 저는 승객들이 탑승하는것을 지켜본 뒤 적절하게 ‘문을 닫아도 좋다’라는 신호를 기관사에게 보냅니다. 이게 하루 수십번씩 하다보니 군더더기 없이 모든 손님을 태울때의 쾌감도 있고(?) 계단에서 뛰어오는 분이 보이면 ‘고갱님 늦었으니 다음에 타세요’라는 생각으로 닫기도 합니다. 문제는 가끔씩 나이드신 분들이 ‘너 이놈 내가 뛰어오는데 문을 닫느냐’라고 성을 내시는 분이 계십니다. 열차란게 버스와 달리 칼같이 도착시간이 정해진지라 문을 닫는 시간도 일정하고 또 제가 신호를 보낸다고 기관사분이 100% 닫아주시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기관사 주관에 의한 결과의 분노가 저에게 돌아오는 것이죠.. 예전에야 굽신굽신 거리며 사과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가볍게 응대하는 편입니다. 그나마 요새는 이런분들보단 문닫히는데 가방 끼워넣으시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골치네요..(이거 위험합니다. 저번에 어느 기관사분은 그냥 가방달고 그냥가셨음)
7. 퇴근 후에는 주로 어떤가요? 잠이 오거나 하지 않나요?
근무시간표를 보면 선배/후배의 근무시간부터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 부분이 좀 거슬리는게 월급도 더 받으면서 오히려 일이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밑에있는 사람은 고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당연한거긴 헌데 모든 공익 근무지가 그런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하는일도 100% 일치하는데) 크게 한 조에 4~5명씩은 되는데 반이상 찍기 전까지는 힘듭니다. 야간 근무는 그나마 괜찮지만 주간때는 3일이상 연속으로 나왔다간 몸살나기 일숩니다. 저도 최근에서야 공부할 정도의 시간+체력이 되네요
8. 지하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5가지만 적어주세요. 아니면 3개라도!
단점
1. 군대놀이가 있다. 근무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요즘은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2. 일에 변화가 없다. 별로 할 것도 없는데 그게 끝날때까지 무한 반복.. 그렇다고 다른일을 할 수도 없음
3. 구내식당이 없다. 매번 먹을때마다 고민.. (이거 행복한 고민인가 허허)
4. 다리가 피곤하다. 일을 끝내면 상체는 팔팔한데 다리만 천근만근
5. 지하철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살예비자로 보이며 항상 머리에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장점
1. 지하철 공짜
2. 주변 지리에 득도함
9. 예비 공익근무요원들의 질문 중 이런 게 많은데요, 공부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근무 중이나 끝나고서 할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능한지?
위에도 정리해놨지만 밑바닥일때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물론 제가 퇴근 후 삽질하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계산한다면 꽤 괜찮을 것 같네요 근무중에는 눈치보여서 못하는 정도지 쉬는시간에 단어 외운다던가 짜투리 시간으로 사용하시면 충분히 가능합니다.(근데 왜 난 아무것도 안한거지)
10. 두발이나 복장은 어떤가요?
근무복이 지급 됩니다. 그나마 전에는 청개구리 였는데 요즘은 검은색이라 덜 눈에 띕니다. 사복으로 근무하는건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두발 또한 제한이 있는데 모자를 착용했을 때 뒷머리나 옆머리가 거슬리지 않으면 됩니다.(직원 기준) 사실 공익복 쪽팔린다 뭐라 하지만 그게 공익복인지 모르는분이 태반입니다..(그냥 직원으로 알고계심)
11. 공익근무요원의 훈련은 4주잖아요? 훈련소는 전체적으로 어땠나요?
최근에 4주에서 6주인가로 바뀐걸로 아는데 제 기준뿐만 아니라 다들 힘듭니다. 4주 기간동안 몸살이 안난걸 보면 훈련 과정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그나마 제대로 체험해보는게 이때 뿐이니 열심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하시는것도 좋지만 어느정도 요령껏 하시는게 좋습니다.(나오고 나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요령껏 잘 빠져나간 동기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헌데 공익과 현역은 훈련기간뿐만아니라 훈련내용도 약간씩 차이가 있으니 너무 들이대시는것도 무리
12. 마지막으로 예비나 다른 공익근무요원 분들에게 하실 말씀!
공익근무중인 분들! 대체복무로 온거지 놀러오는게 아니잖습니까? 가끔 보면 이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건가 싶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보입니다. 근무지의 환경이 어떻든간에 정해진 시간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철저하게, 동료들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2년동안 일해주셨으면 합니다. 미래의 공익요원분들 근무지 선택은 1. 집에서 가깝고 2. 스크린 도어(지하철 한정) 있는 곳으로 가세요 그리고 본인선택제는 거의 운입니다. PC방에 가도 답은 없습니다. 특히 선택시간이 가까워 졌을때 공익갤은 가지마세요(?) 오히려 학교에서 랜덤으로 잡아주는게 더 마음 편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