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받아들이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우선 어떤 일을 하다가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대학교 다니다가 적성에 안맞아서 관두고.. 현역 병으로 입대한 후에 부사관 지원을 할 생각으로 육군 기술행정병을 신청(미신검자도 지원이 가능합니다.)한 후에 1차 합격발표를 기다리다가 신검을 받았는데 시력으로 4급이 나왔네요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부사관 지원을 부모님께서 워낙 반대하셔서 포기하고 직접 근무지 찍어서 학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부모님은 공익이 되신 것에 대해서 뭐라 안 하셨나요? 여자친구나 친척분들 친구 등등
부모님께선 크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으셨지만 부사관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이셔서 일단 공익을 가라고 하셨습니다. 친척어른들은 방위라고 하시면서 썩 탐탁잖으셨는데 최근에 전역한 사촌형은 공익이 낫다라고 하더군요(…)
친구들한테선 좀 욕을 먹었는데… 부사관 간다고 설레발 치다가 공익을 갔으니-_-; 뭐 친구들 휴가 나왔을 때 술 한번씩 산 이후에는 관계개선이 되어서 요즘엔 별 말 없습니다. 사실 안경 한번 씌워주면 ‘공익 갈만 하다’라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여자친구요? 있으면 이거부터 썼겠죠(...) 사귀는 사람은 없는데 그냥 친한 여자들은 ‘출퇴근하니 좋겠네~’라는 반응. 단 남자친구가 현역/예비역인 여자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무시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3. 친구 중에 면제나 공익의 비율이 어떻게 되시나요?
면제+공익+방산+기타 : 현역 = 1 : 9
면제나 공익인 친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역입니다.
4. 중학교에 계신데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행정보조로 왔는데 인쇄물 복사와 기사님과 함께 학교 시설관리 하는 업무를 주로 봅니다.
평소에는 인쇄물 복사하고 뭔가 작업할 꺼리가 생기면 장비 들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드라이버! 하면 드라이버 넘겨주고 깔깔이! (군대의 그거 아닙니다)하면 소켓렌치 넘겨주고...
다만 나무 심는다거나 시멘트 바르는 것처럼 빡신 작업은 같이 하고, 기사님이 출장중일때는 간단한 작업은 제가 혼자 합니다.
그 외에도 가끔 행정실에서 소환해서 사무업무도 보고 (다만 기사님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잘 안보내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번하는 분리수거때는 분리수거 감독하면서 학생들 지도하기도 하며 시즌별로 제초작업/제설작업도합니다.
쉬는 시간엔 기사랑 같이 TV(음악채널이나 스타리그)를 보곤합니다.
행정실 직원은 행정실에서 소환할때 말고는 하루에 한두번 볼까 말까 해서 별로 안 친합니다.
기사님이랑은 등사실에서 단 둘이 있다보니 친하게 됩니다. 기사님이 젊은편이어서 부담도 적은 편이기도 하고…
교사와는 대부분 어색한 사이. 행정실 직원과의 관계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20대 초임교사가 있을땐 같이 당구치기도 했는데 전근가면서 그것도 끝나버렸구요.
6. 가장 황당했던 에피소드나 어이없던 일이 있으면 한가지 소개해 주세요.
운동부 시설이 좋아서 인근 학교 운동부에서 연습하러 오는데 처음에 잘 모르고 키랑 얼굴만 보고 인사했다가 알고보니 학생이었다던가(..)
학생들이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은건지 "저 아저씨 군대가기 전에 알바하는거야"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고;
겨울방학에 등사실이 너무 추워서 한번은 점심시간에 양호실에서 이불 덮고 잠깐 있었는데 교감샘한테 걸리기도 하고 교감을 주깁시다 교감은 나의 원수. 저 위에 언급한 20대 교사는 현역 출신인데, 어느날 퇴근하고 동네에 있는 BB탄 사격장에서 치킨빵으로 사격 내기를 했는데 제가 만발로 이겼습니다(…….) 그 형은 3발 놓쳐서 결국 치킨을 쐈습니다ㅋㅋ
7. 퇴근 후에는 주로 어떤가요? 잠이 오거나 하지 않나요?
많이 졸립지는 않지만 오후에 빡신 작업을 하면 퇴근하자마자 뻗을때도 종종 있습니다.특히 여름이 더워서 그런지 심한 것 같네요.
8. 중학교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5가지만 적어주세요. 아니면 3개라도!
장점
1 – 각종 공구 다루는 것과 물건 수리하는데 익숙해짐
2 – 외부인과 트러블 생길 일이 없음
3 – (이건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급식이 싸고 질 좋은 편이라 굉장히 좋고 교직원식당에서 먹기 때문에 양껏 먹을 수 있음.
4 – (이것도 학교마다 다른데) 20대 교사를 만나면 친하게 지낼 기회가 생김.
단점
1 – 가끔 내가 공익 온건지 노가다하러 온건지 헷갈림
2 – 몇몇 학생들이 말을 안들어서 고생함 (특히 분리수거 할 때.. 개판인 분리수거장을 보면 그저 한숨만) 어째 꼭 화를 내야 말을 들으니…. 그나마도 다른 교사가 있다거나 여학생들이 있을 때는 화도 못냄
3 – 높으신 분의 탁상행정과 그 밑에서 과잉충성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증가 (정작 일하는건 기사와 본인 두명뿐…..)
4 – 혼자 있어서 많이 외로움 (기사와 대화하기도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
9. 예비 공익근무요원들의 질문 중 이런 게 많은데요, 공부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근무 중이나 끝나고서 할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가능한지?
근무 중에는 힘듭니다. 뭐좀 보려고 하면 일이 생기고 일 끝나고 좀 쉬다가 책잡으면 또 일이 생기고… 영단어 외우는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인강을 듣는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하는건 자꾸 맥이 끊겨서 어렵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는 ‘업무로 인한 피로도&자기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두발은 스스로 적당히 조절하는 편이라 행정실에선 별 말 없지만 가끔 지나가던 교감샘의 눈에 띄면"머리를 짧게 하면 학생들 보기에 좋을텐데"하는 정도입니다.(물론 깎은 적은 없…) 근무복은 있긴 한데 곱게 걸어놓은 장식품이고, 청바지에 티셔츠가 주 복장이며 튀게 입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터치하지도 않습니다.
11. 공익근무요원의 훈련은 4주잖아요? 훈련소는 전체적으로 어땠나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행군은 좀 지루하긴 했는데 그 외에는 즐기면서 했습니다. 사격이나 유격은 놀이동산 가서 놀듯이 하고 왔고 M16A1 소총 분해결합이나 군장싸는건 소대장에게 소대 에이스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다만 체력적으로 힘들었던지, 퇴소하고 몸무게 재보니까 11kg가 빠져서 69kg가 되었더군요. 그런데 1주일만에 원상복귀(…) 분대장이나 소대장도 잘만나서 얼차려도 다른 소대보다 덜받았고.. 전체적으로 훈련소에서의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사실 제가 밀덕인건 비밀이에요)
12. 마지막으로 예비나 다른 공익근무요원 분들에게 하실 말씀!
먼저 훈련소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빡세지 않습니다. 정 걱정되면 인터넷 할 시간에 나가서 운동하고 오세요. 기초체력만 있으면 굉장히 쉽고 재밌고 즐길수 있습니다.
근무지는 어디가 편한가요?라는 질문도 많은데, 몇몇 곳을 제외하면 ‘윗사람 만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운에 맡기세요!!